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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한스푼

비오는 날, 하늘위의 풍경은...?


비오는 날, 하늘위의 풍경은...?


비가 내리던 2010년 8월 어느날 업무차 제주도행 경비행기 진에어를 타기위해 김포로 향했다.
간밤에 천둥을 동반한 국지성 호우로 걱정은 있었지만 새벽녘이 되니 어느정도 잠잠해졌다.
인위적인 욕망에 따라서가 아니라, 저절로 그러한 자연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니까..


땅위엔 새찬 비바람이 몰아쳐도, 하늘 높은 곳엔 변함없이 태양은 떠 있음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이륙후 먹구름을 뚫고 올라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저만치 밝은 햇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며칠째 보지 못했던 햇살이라 그런지 반갑기까지 하다...^^


비행의 정상궤도에 올라서니 위로는 태양이 아래엔 구름이 마치 신선이 된듯한 기분이 든다.
도덕경(道德經)을 꺼내든다.
선악미추의 분별을 여의고 근원의 자리에서 만물을 평등하게 대하고, 비우고, 물러나서,
소박한 근본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노자의 가르침 이다.


땅위의 높은 곳은 이렇게 해가 반짝 거리는데 여전히 지상은 잔뜩 흐려 있을 것이다.
또한 간간히 빗줄기를 뿌리고 있으리란 생각에 절로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마음이 숙연해 진다.
이렇듯 천지 기운의 흐름에 순응하면 만사가 조화롭게 흘러갈 것을....


이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며,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온전한 사람이면 좋겠다.
세상이 그런 사람들이 사는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기위해 머리로 궁리하는 것을 멈추고,
하늘과 먼 산을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가끔은 이렇게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겠다.


돌고 도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영원한 도의 운동 양식이고,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영원한 도의 생산 양식이다.
세상 만물은 유(有)에서 나오고, 유는 무(無)에서 나온다.


하늘의 길은 다투지 아니하면서도

세상을 질서 있고 평화롭게 만들며,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온 세상 만물을 조화롭게 이끈다...
부르지 않아도 오며,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하는 일이 완전하다.
하늘 기운은 크고 넓은 그물처럼 온 우주에 펼쳐져 있다.
엉성한 듯하지만 아무도 거기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천지 만물의 변화는 멈추는 일이 없다.
무에서 유에 이르고 하나에서 열에 이르며, 태어남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태어남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인간의 지성으로는 그 인과의 사슬을 헤아릴 수 없으나,
모든 변화를 주도하는 법칙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리 정해진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카오스 이론이 있지만,
인간이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카오스이지 실제로 우주 자체의 질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만물은 그 법칙에  따라 나고 자라고 시들고 사라진다.


사람들은 길(道)
이라고 하면 앞으로 나가는 것만 생각하지만,
우주 속에 나 있는 큰 길(大道)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동(東)으로 계속 가면 서(西)에 이르고,
아래(下)로 계속 내려가면 위(上)에 도달하게 된다.


인간이 인식하는 현상계의 사물은 모두 상대적이다. 하늘이 높은 것은 그 아래 땅이 있기 때문이며,
만약 땅이 없고 하늘만 넓게 퍼져 있다면 높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고
"하늘" 이라는 개념도 없을 것이다.


산이 높고 험준하다는 것도 깊고 아늑한 계곡과 평야가 있기 때문이다.
계곡과 평야가 없이 그저 큰 바위만 계속 이어져 있다면 어디를 기준으로 높다고 할 수 있으며,
무엇을 기준으로 험준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움직임에 대한 인식도 그것과 상대되는 정지와 고요가 있기 때문에 성립된다.
세상이 모든 것이 강물처럼 하염없이 흘러간다고 말하지만, 모든 것이 흘러가지는 않는다.
강물이 흐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정지되어 있는 강 언덕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시간도 흘러간다.
하지만 그것도 기준이 되는 어떤 정지된 시점이 있어야 흐른다, 만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천지 만물은 끊임없이 변하며 움직이고 있다. 그 움직임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그러나 이 움직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인 정지가 있어야 한다.

바다가 넘치는 일은 없다.
자기가 받아들인 만큼의 물을 쉬지않고 하늘로 다시 돌려 보내기 때문이다.

-도덕경(道德經)
정창영 옮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