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감독과 남쪽 배우의 만남 뮤지컬 "언틸 더 데이"
“南 배우와 소통 걱정 믿음으로 극복했죠”
“북한 출신 연출자와 남한 배우가 작품을 만들면서 어떻게 소통할까를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믿음 안에서 우리는 하나가 됐습니다. 바로 이것이 통일입니다.”
[뮤지컬 '언틸 더 데이' 공연 장면]
서울 충정로1가 문화일보홀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언틸 더 데이(Until The Day)’를 연출한 오진하(49) 감독은 최근 기자와 만나 작품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북한을 탈출한 사람으로서 남한에서 북한의 지하교회, 인권을 다룬 뮤지컬을 연출하니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연출 방식이 서로 다르고, 내가 쓰는 용어도 북한식이라 많이 생소할 텐데 어물쩍 넘기지 않고 배우들과의 대화로 소통했습니다. 신앙에 대한, 생명과 인권에 대한 같은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통일의 출발은 그렇게 시작될 것입니다.”
[뮤지컬 '언틸 더 데이' 오진하 감독]
‘언틸 더 데이’는 지난해 7월 문화일보홀에서 처음 관객을 만났고 이어 대학로 소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1년여 동안 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오 감독이 새롭게 각색·연출하면서 이번 작품의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남자 주인공 주명식이 공개처형을 당한 상관으로 인해 북한 당국에 회의를 갖는 모습, 붙잡힌 탈북민이나 지하교인들을 억압하는 장면, 꽃봉우리예술단의 춤의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공개처형하는 부분입니다. 남한에 동네마다 동사무소가 있는 것처럼 북한에는 동네마다 공개처형 장소가 있거든요.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싶었으나 많이 순화해 만들었습니다.”
[뮤지컬 '언틸 더 데이' 김선관역의 김일권 배우]
[뮤지컬 '언틸 더 데이' 오 감독(중)과 배우 김희원(좌), 김일권(우)]
오 감독은 북한에서 연극과 영화연출의 보조자였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기획자, 투자자, 총감독자도 모두 북한 당국이기에 그는 당의 입맛에 맞춰 ‘북한 선전물’을 만드는 일을 했다. “남한의 여러 작품을 보면서 나도 제대로 된 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요. 북한의 창작자라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그는 ‘영화쟁이’로 살고 싶어 10년 전 탈북했다.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미국 교포인 목회자를 만났고, 신실한 크리스천들의 도움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신반포중앙교회에 출석 중인 그는 “탈북해 하나님을 처음 만났고 내 삶에 변화가 일었다”며 “욕심, 돈, 가진 것들을 버리니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총이나 대포는 생명을 구하지 못하지만 공감하는 예술은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은 좋은 영화 한 편으로 통일을 이루고 싶습니다.” [쿠키뉴스 노희경 기자]